이중규 박사의 구강 100가지 스토리
건강과 예술로 본 치아(齒牙) 시리즈


바른 턱관절, 건강한 턱, 가지런한 치아는 건강과 아름다움의 출발점이다. 치과와 연관된 예술, 건강, 보험 등을 단국대 치대 외래교수인 이중규 더페이스치과 원장이 실용적이고 살가운 글로 연재한다.


<12> 양악수술과 핀 제거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성취지향적인 동기부여 문구다. 이를 자연현상으로 바꾸면 ‘흔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나이테를 남기고, 사람은 2세를 보게 한다.


치과에서 양악수술, 광대성형수술, 턱 끝 수술, 브이라인 수술을 하면 씹기와 같은 저작기능 향상과 함께 조화롭고 아름다운 용모를 가질 수 있다. 턱이나 치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작은 얼굴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 금속성 핀이 턱 뼈에 남게 된다. 양악수술이나 광대성형수술 등은 불가피하게 아래턱뼈와 위턱뼈, 얼굴뼈 등을 절단하고 이동시킨다. 이는 부러진 뼈의 회복수술처럼 어렵다. 뼈의 위치를 바꾸고 뼈 이식 장소를 확보하는 전제조건이 고정성이다.


위치가 설정된 뼈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 핀을 심게 된다. 고정 핀의 주성분은 의료용 타이타늄이다. 인간의 뼈와 탄성계수가 비슷한 의료용 타이타늄은 생체 친화적이다. 가볍고 강도가 강해 임플란트, 인공관절, 부러진 뼈의 접골 때도 활용된다.


고정 핀은 뼈 회복에 절대적인 물질이다. 잘라진 턱뼈는 6개월 정도면 서로 강하게 붙는다. 뼈가 고정되면 핀의 역할은 끝난다. 이때 핀을 남겨야 할까, 제거해야 할까. 사람은 완벽을 추구한다. 불편했던 옛 그림자마저 지우고 싶어 한다. 양악수술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턱 뼈나 얼굴 뼈 치환 등의 흔적이 지워지기를 희망한다.


물론 핀 제거 이유는 충분하다. 핀이 남은 상태에서 다른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치아의 뿌리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신경치료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치과치료용 엑스레이에 핀이 계속 찍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드물지만 핀에 의해 국소적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핀을 제거하지 않아도 기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핀이 대부분 뼈와 일체가 됐기 때문이다. 양악수술 후의 핀 제거 여부는 필수가 아닌 선택인 것이다. 만약 핀 제거를 선택하면 두 가지 점을 고려하는 게 좋다. 제거 시점과, 완벽한 제거법이다.

먼저, 제거시점이다. 수술 후 뼈가 완전하게 붙는 시기는 6개월 무렵이다. 2년 이상이 지나면 핀 주변의 뼈들이 많이 증식된 상태다. 핀이 완전히 뼈에 묻혀 있다. 핀이 잘 안보일 수 있다. 때로는 뼈와 완전히 골 융합되어 일부 주변 뼈를 같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타이타늄의 뛰어난 생체적합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절한 핀 제거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핀 제거는 수술 후 6개월부터 2년 사이에 하는 게 좋다.

다음, 완벽한 제거법이다. 이는 사람의 영역이다. 양악수술 등에 일가견이 있는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면 무난하다. 어려운 핀 제거는 경험의 많고 적음이 큰 차이를 부를 수도 있다. 필자는 핀 주변 뼈 삭제와 핀 제거에 초음파 기구를 사용한다. 초음파의 진동현상을 이용해 주변조직의 손상 없이 정교한 치료를 시도한다. 또 초음파에 의한 강력한 진동을 활용해 부기와 출혈을 최소화 시킨다. 초음파 기구는 단단하게 붙은 뼈와 핀의 간격을 늘려줘 오래된 핀 제거도 손쉬운 편이다.


핀 제거수술 시간은 약 30분에 불과하다. 수술은 입안으로 진행되며 수술 후 부기도 적다. 식사도 바로 가능하다. 회복기간은 2~3일이면 충분하다. 핀 제거 수술 때 양악수술, 광대성형수술, 턱 끝 수술 등의 간단한 보정을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양악수술 후의 핀 제거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또 핀 제거를 선택했으면 시기를 잘 맞추고,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쓴이 이중규

<단국대 치대 외래교수로 더페이스치과 대표원장이다. 구강악안면외과 박사로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대한턱관절학회, 임플란트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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