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나가면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치과에 근무하는 마취과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치과에서 마취의가 왜 필요한지를 묻곤 한다.

물론 일반 치과에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꼭 필요하진 않다. 그러나 때때로 전신마취하에 치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마취과 의사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얼굴 뼈를 다루는 양악 수술을 하는 구강외과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치과에서의 마취과 의사의 역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사실 마취과 의사는 일반인들에게 좀 생소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환자가 잠자는, 즉 마취되어있는 동안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취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된다.

서양의학의 발전은 마취의 발전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는 병보다도 수술하다가 아파서 미쳐버리거나 출혈 등으로 죽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먹이고 수술하거나 뇌진탕을 일으켜 기절시키고 수술하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많았다.

반면 마취가 발전된 지금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칼로 째고 고치고 해도 한잠만 자고 일어나면 끝나있는 세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 ‘한잠’이다. 그 한잠을 자는 동안 마취과 의사는 많은 일을 한다.

수술방법에 따라 마취 방법도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전신마취의 경우 적절하게 마취제의 양을 조절하고 진통제를 투약하며 수술 중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근이완제를 주입한다. 근이완제를 투입하면 환자는 자발 호흡을 못 하기에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기 등으로 계속 숨 쉬게 해준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기도확보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간단한 심전도부터 심장 안에 집어넣는 카테터까지 수술 중에 환자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환자 몸에 설치한다. 이런 여러 장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 중 환자 상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때까지 계속 감시와 처치를 반복한다.

물론 이 과정이 매우 간단할 경우는 앉아서 환자 모니터만 보고 있게 되기도 하지만 환자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경우 수술하는 의사보다 더 바쁘고 더 힘들다. 아차 하면 말 그대로 환자의 목숨이 위험하므로 늘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에게 제일 무서운 수술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양악 수술이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럼 왜 양악 수술이 무섭다고 생각할까? 무분별하게 언론에서 다룬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얼굴 뼈를 다루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숨 쉬는 것과 먹는 것에 관련된 입안에서 수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점은 양악 수술에서 마취 전문의가 중요한 이유와 같다.

양악 수술에서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은 위에 언급한 마취의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에 더해, 뼈를 다루는 수술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대량 출혈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술 중에 출혈에 민감하게 감시 반응해야 하며 출혈을 줄이기 위해 혈압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하고, 늘 수액이나 수혈의 투여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양악 수술환자는 심한 무턱이나 부정교합, 치아 손실, 안면기형, 재수술 등의 경우가 있어 수술 중 기도유지와 호흡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숨을 3분만 못 쉬어도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손상이 오게 된다. 이를 대비 다양한 기도확보 기술과 장비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숨쉬는 것은 마취에서 깨어나거나 수술 후 회복할 때도 문제가 된다. 구강을 수술하다 보니 심한 부종과 출혈로 숨 쉬는 길이 막혀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마취과 의사는 기도확보, 즉 숨길 확보에 스페셜리스트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예방하고 벌어졌을 때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양악 수술 마취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마취에 속한다. 따라서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마취과 의사의 존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부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없고 마취간호사나 프리랜서 마취 의사를 불러 수술 시 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동시에 여러 환자를 마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많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치과에 왜 마취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물으면 ‘이러하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가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말이 길어지기에 그냥 웃으며 ‘양악수술하는 치과에는 꼭 필요하다’고 간단히 말하곤 한다.

<글 = 더페이스치과의원 김홍선 원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