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규 박사의 구강 100가지 스토리<15>
사랑하기 딱 좋은 선물, 사랑니 발치와 진정 반수면법

바른 턱관절, 건강한 턱, 가지런한 치아는 건강과 아름다움의 출발점이다. 치과와 연관된 예술, 건강, 보험 등을 단국대 치대 외래교수인 이중규 더페이스치과 원장이 실용적이고 살가운 글로 연재한다.

<15>사랑하기 딱 좋은 선물, 사랑니 발치와 진정 반수면법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는 언제일까. 청소년은 사춘기라고 할 가능성이 있고, 제약회사 직원들은 70세, 80세라고 할 개연성이 있다. 치과의사인 필자는 스무 살 전후라고 답한다. 이 무렵에 사랑니가 나기 때문이다.

이성(異性)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춘기를 지나 그리움과 사랑에 대해 더 생각하는 17~25세에 나는 치아가 사랑니다. 이 치아가 솟을 때는 많이 아프다. 중고교 시절 첫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처럼 시리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된 시기에는 사랑의 분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사춘기의 열병이 아닌 사랑의 더 깊은 맛을 아는 시기에 나는 치아라고 해서 사랑니 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지혜롭게 행동할 나이에 나는 치아라고 해서 지치(智齒)라고도 한다. 그런데 사랑니는 퇴화의 산물이다. 생고기를 먹고, 거친 곡식을 씹어야 했던 옛사람에게는 큰 어금니가 많이 필요했다. 구강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제3대구치인 사랑니가 유용했다. 사랑니는 다른 어금니처럼 음식물을 소화하기 쉽게 씹어 잘게 죽처럼 만든다. 그러나 음식을 익혀먹는 화식 문화의 발달, 경제의 발달, 턱이 좁아지는 인류의 발달로 인해 사랑니의 설 자리는 점차 사라져갔다.


사용하지 않는 사랑니는 퇴화돼 아예 나오지 않거나 기형 또는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보이게 되었다. 약 7% 성인에게는 아예 사랑니가 나지 않고, 솟아도 위아래 4개가 완벽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쓸모가 준 사랑니는 마치 천덕꾸러기 맹장과 비슷한 신세가 되었다. 사람의 턱이 계속 좁아짐에 따라 막내인 사랑니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기울어지거나 매복된 상태가 많다. 더욱이 치열의 맨 안쪽 끝에 자리한 사랑니는 성장 공간이 부족하고, 관리도 어렵다. 음식물 찌꺼기가 잘 끼고, 씹기와 삼키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음식물 부패가 진행돼 충치나 잇몸질환의 원인이 된다. 사랑니의 충치는 이웃 치아의 염증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또 누운 기형의 사랑니는 바른 치열형성을 방해하고, 꼭 필요한 어금니의 자리를 압박해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매복 사랑니는 심하면 골수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사랑니는 빼는 게 바람직하다. 사랑니 발치는 어렵지는 않지만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랑니를 비롯한 치아 주변에는 신경이 많다. 자칫 발치 과정에서 신경손상과 출혈을 부를 수도 있다.

특히 뼈 속에 사랑니가 숨어 있는 경우는 숙련된 전문의가 발치를 해야 한다. 간단한 사랑니 발치를 주로 해온 일반 치과에서 는 이 같은 치료를 꺼리기도 한다. 위험부담이 많기에 대학병원행을 권유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어려운 사랑니 발치도 오랜 기간 대기해야 하는 대학병원행이 꼭 능사는 아니다.

숙련된 전문의, 연관분야 전문의와의 협진 체제, 대학병원급의 장비구비의 삼박자를 갖춘 치과병원에서 발치하면 시간과 관리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다. 대학병원 못지않은 사랑니 발치의 정교한 스킬을 갖춘 병원과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 하나는 위에 설명한 뼈 속에 숨은 사랑니를 발치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맥주사를 통한 진정법 능력이다.

턱뼈를 뚫는 일부 사랑니 발치는 반수면의 진정상태에서 하면 만족도가 높다. 이 경우 마취과 전문의가 정맥주사로 환자를 진정상태로 안내하고, 구강악악면외과전문의가 발치를 한다. 구강외과 전문의와 마취과 전문의의 임상 경험이 완벽한 사랑니 발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인 것이다. 또 치과 병원의 전문적 시설과 의사와 간호사의 고객에 대한 열정도 큰 변수가 된다.


글쓴이 이중규
<단국대 치대 외래교수로 더페이스치과 대표원장이다. 구강악안면외과 박사로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대한턱관절학회, 임플란트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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